↑ 45세의 늦은 나이로 승마를 시작한 김기천 회장의 말 사랑은 각별하다. (ⓒ 레이싱미디어 이용준)

- ‘승마의 추억’, 경기 화성시에 있는 홀스메이트 승마클럽을 가다
- 전시 행정 피하고 말산업 기본 인프라에 적극 투자해야

그린벨트 내 최초 승마장 허가, 2011전국생활승마클럽리그 종합 우승, 국가 대표급 승마 교관 영입, 국내 최대 승마 동호회 ‘말달리자’의 아지트, 서울 근거리에 위치한 뛰어난 접근성, 3천여 평에 이르는 대형 규모, 환상적인 숲길과 뚝방길 외승 코스까지…. 홀스메이트 승마클럽(회장 김기천·57세)의 자랑거리다. 연속된 늦장맛비에도 불구하고 실외마장은 물 고인 곳 한군데 없을 정도로 마장 상태도 훌륭했다. 하지만 김기천 회장의 속내는 달랐다. 인터뷰 내내 연신 담배를 피운 그는 “승마가 좋아 이 일을 시작했는데 즐겁다는 마음이 사라졌다.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45세의 나이에 승마를 시작, 부천시 승마협회장과 사회인 연맹 한일국가대표, 전국체전 경기도대표, 국제 장애물 경기 우승 등 화려한 ‘늦바람’을 불사른 김기천 회장은 승마장 자립의 구조적 문제부터 언급했다.

“전국 승마장 가운데 제일 잘된다는 우리 홀스메이트 승마클럽도 상황이 열악하다. 수십억 원을 투자했는데 적자가 안 나는 게 고마울 정도다. 희망적이고 즐거운 얘기를 하고 싶은데 현실적으로 어렵다.”

김 회장은 승마장이 어려운 이유로 농림식품수산부와 한국마사회 측의 안일한 상황 인식을 지적했다. “15년 전이나 지금이나 기승비는 똑같다. 오히려 승마 인구 저변 확대를 한다고 가격을 내리기까지 했다. 그에 비해 사료비는 7~8배 뛰었다. 인건비도 배 이상 올랐다.”

그뿐 아니다. ‘전 국민 말타기 운동’도 현장가의 눈으로 볼 땐 비현실적이다. “물론 승마의 장점도 많고, 승마를 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건 다행이다. 하지만 전 국민 말타기 운동은 여러모로 아쉬운 부분이 많다. 생각해 보라. 바쁜 직장인들이 주말에 시간 내서 최하 1시간 이상 이동해 승마장으로 온다. 그리고 30분 정도만 말타고 돌아간다. 8회 실습, 2회 이론 교육으로 승마인이 된 것일까. 그들이 진짜 ‘승마’를 한 것일까. 승마는 레슨이 필수적이다. 이들에게 승마는 일회성 이벤트에 그친다. 불특정 다수에게 몇십억을 쓰는 건 국가 재정만 낭비하는 꼴이다. 그보다 기본 인프라에 투자해야 한다. 기승비를 현실화하고 기승 시간을 늘려야 승마 인구 저변 확대란 취지를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우후죽순 승마장이 늘어나면서, 특히 비인가 승마장에서 전 국민 말타기 운동을 시행하는 문제도 언급했다. “신청자의 70% 정도가 승마를 배우러 온다. 이들을 수용하면서 받는 지원금보다 전문 인력 영입비, 시설비와 강습 교육에 적절한 말을 사는 비용이 훨씬 많이 든다. 실질적으로 도움이 안 된다. 그러니 승마장이 수익을 못 내고 얼마 못 가 망하거나 안전 교육 없이 하다가 사고를 낸다. 그보다 권역별, 지역별로 지정 승마장을 정해서 그곳에서 전 국민 말타기 운동을 전담하도록 하는 게 낫다. 그러면 승마장 자체 자생력도 생기고 수익이 발생하면 또 다른 승마장이 늘어나는 식으로 진행하는 게 맞다.”

말산업 육성 초기 단계이기에 제도적으로 보완할 점도 많다고 했다. “농식품부와 마사회가 승마인들과 승마장을 위해 작은 일부터 도와줄 때다. 지금은 말 예방 접종만 지원될 뿐이다. 천만 원이 넘는 보험료도 만만치 않을뿐더러 사고가 나면 실제 효력이 없다. 승마는 축산 분야도 아니고 스포츠 분야도 아니어서 세제 혜택도 받을 수 없다. 사료와 톱밥 등은 거의 수입에 의존한다.”

김기천 회장이 쓴소리를 하는 이유는 아픈 과거 때문이다. 부천에서 승마장을 할 당시 원인 모를 불이 나서 말 9마리가 불타 죽었던 것. 하지만 대한민국 법으로는 말이 죽으면 땅에 묻을 수 없다. 말 소각장은 마사회에 단 한 곳이 있지만 외부에서는 사용할 수조차 없다. “당시 사비 수천만 원을 들여 죽은 말을 조각내 박스에 담아 외국에서 소각했다. 말도 사람처럼 언젠가는 죽는다. 우리나라에도 대동물 소각장이 필요하다. 개인이 할 수 없다. 농식품부와 문체부 간 합의가 필요한 일이며 정부가 꼭 지원해야 할 일이다.”

그는 말산업육성법의 근본 취지를 역설하며 축산농가와 말고기 소비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식용마 사업도 절실하다. 일제 강점기에 일본 순사가 말을 타고 다녀서 말고기를 먹는 일을 금했을 뿐, 우리 민족은 원래 말고기를 즐겨 먹었다. 말고기의 효능과 맛은 뛰어나다. 소비를 늘릴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홍보해야 한다. 현재 제주에서 조랑말을 살찌우거나 몽골산 말을 수입해서 먹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수도 적고 비싸다. 러시아산 식용마는 1마리에 1톤이나 한다. 이런 말들을 수입하고 종자도 생산해서 역수출하는 순환적 과정도 필요하다. 그러면 수입산 쇠고기도 덜 먹지 않겠는가.”

말산업육성법이 제정·시행되면서 제도는 점점 까다로워지는데 정부나 마사회 측의 지원은 거의 없다. 김 회장은 “말산업을 발전시킬 의지가 있다면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승마와 말산업 발전을 모든 승마인이 원하듯이, 말산업육성법이 현실적으로도 잘돼서 하나의 산업으로 정착되길 바란다”며, 승마인의 한 사람으로서 승마와 말산업 분야에 애착을 두고 한 소리임을 강조했다. “죽을 때까지 말을 타겠다”며 승마인으로서의 자부심, 애착을 보여준 김기천 회장의 목소리가 어디 한 사람 승마인의 소리일까. 그는 승마인들, 승마를 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이 일을 하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이용준 기자 cromlee21@krj.co.kr


★ 홀스메이트 승마클럽
2006년 경기 화성시 매송면 천천리 35-5일대에 개장한 홀스메이트 승마클럽은 60마리에 이르는 보유 말 중 32마리가 자마일 정도로 회원들의 충성도가 높다. 초보자용 원형마상부터 4개의 실내마장과 장애물 운동이 가능한 대형 실외 마장이 있다. 특히 마장 한쪽 벽에 설치된 30미터 가량의 전면 거울은 승마할 때 자세 교정을 돕도록 한다. 칠보산과 수원 오목천 뚝방길을 가로지르는 외승 코스는 7km부터 40km에 이르는 다양한 구간이 있으며 자갈 없고 한적한 코스를 자랑한다.

전상균 코치가 마장마술, 장애물 전문 승마교실(http://cafe.naver.com/equusjeon.cafe)을 운영하면서 회원들에게 다양한 승마 강습을 제공한다. 다른 승마장에서는 60살 이상 노인들에게 승마 가르치기를 꺼리지만, 김기천 회장 또한 뒤늦게 승마를 했기 때문에, 70살 이상 ‘어르신’들에게도 정성과 안전을 다해 교육한다. 걸어갈 힘만 있으면 승마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일반적으로 승마장에서는 단체 동호회를 받기 쉽지 않지만 김기천 회장은 무료로 레슨까지 하면서 동호회 사람들이 대회에 나가 메달을 따도록 돕는 후학 양성, 승마 인구 저변 확대에도 기여하고 있다.

동계 운영 시간은 8:30부터 17:30까지, 하계 운영 시간은 8:30부터 19:30까지며 특히 장애물 운동 시간은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오후 1:30부터 한 시간씩 진행한다.

문의: 031-293-1116, http://cafe.daum.net/horesma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