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헤미안버틀러, 승유신화

- 그랑프리 특집

80년에 이르는 한국 경마가 오늘까지 오기에는 많은 역사가 있다.
최근 한국마사회에서 대통령배 경마대회를 축하하기 위해 제작한 홍보 방송을 보면 1960년대에 대통령배 하사 기념 경주가 있었고, 1980년대에는 국제 기수 초청 대회도 있었다.
그리고 1980년대 말 뚝섬에서 과천으로 이전한 이후 개인마주제가 생겼고, 1990년대 말에는 국산마의 경우 경매와 코리안더비가 시행됨에 따라 국산마의 양과 수준이 질적으로 달라 졌다.
이러한 가운데 2002년부터 허용된 외국산마의 개별 수입, 그동안 우물 안에 갇혀 있었던 우리나라 경마가 눈을 뜨게 되는 계기가 됐다.
그동안 일괄 구매를 통한 추첨에 의해 나눠지던 방식이 각 마방별 조교사와 마주 혹은 그 관계자들이 직접 외국으로 나가 손수 경주마를 골라 옴에 따라 이전과는 색다른 경주마들이 과천벌을 뛰게 된 것이다.
개별수입마가 첫 선을 보인 2002년 그랑프리 ‘보헤미안버틀러’부터 1000m 최고 기록을 59초로 앞당긴 ‘승유신화’까지 미국산을 중심으로 어떤 마필이 도입됐는지 정리해 본다.
【김대유 기자 dykim@krj.co.kr】


- 블립타입 우승마 ‘찰리스카즈’
외국산마 개별 수입이 허용되자 가장 먼저 부각된 단어가 아마 “블랙타입”이었을 것이다.
블랙타입이란 경매시 스테익스 경주에서 3위 이상의 성적을 기록한 말의 경우 굵은 글자로 표시해 좀 더 효과적인 경주마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에서 유래된 것으로 우리나라에 비유한다면 경마대회가 될 것이다.
이러한 블랙타입 우승마가 개별수입이 허용되자마자 도입됐으니 바로 ‘찰리스카즈’였다.
물론 전성기 기량의 ‘찰리스카즈’는 아니었지만 1군까지 큰 어려움 없이 승군했고, 2002년 그랑프리에서 3위라는 좋은 성적을 거뒀다.

- 개별 수입마 원년 챔피언 ‘보헤미안버틀러’
개별수입마가 도입되기 이전의 과천벌 양상 ‘다함께’천하였다. 2002년 그랑프리를 앞두고 펼쳐졌던 1군 경마대회인 YTN배와 SBS배를 연거푸 차지해 그 기세는 아무리 개별수입마라 할지라도 쉽게 꺾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 지배적인 분석이었다.
그러나 4연승 가도를 달리고 있었던 3세마 ‘보헤미안버틀러’가 이런 대세를 꺾고 당당히 패권을 차지하게 됨에 따라 개별수입마의 위력은 더 강해졌고, 나이를 고려할 때 장기 집권도 가능하지 않겠냐는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누군가 그랬다 “뛰는 놈 위엔 나는 놈이 있다”고. ‘보헤미안버틀러’보다도 더 강한 마필들이 속속 들어왔다.

- ‘퍼펙트챔피언’·‘골드머니’ 원칙에 충실한 개별수입마?
개별수입이 허용되자 선보인 대부분의 마필들은 현지 성적이 뒷받침 된 즉 능력 검증이 끝난 마필들이 주를 이뤘다. 대표적인 예가 ‘아일랜드피버’로 미국 현지에서 8전 2승 2위 1회의 성적이 있었고, 우리나라에서도 13번의 경주 중 딱 한번만 입상에 실패했을 뿐 복승률 92.3%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퍼펙트챔피언’과 ‘골드머니’는 달랐다. 미국 현지 오칼라 경매에서 23조 유재길 조교사와 53조 김문갑 조교사가 직접 구입해 온 마필로 당시 선보였던 그 어떤 마필보다 풍부한 잠재 능력을 느끼게 했다.
기대대로 ‘퍼펙트챔피언’은 전승을 거두며 1군에 승군했고, ‘언어카운티들리’와 함께 2003년 YTN배에서 공동 우승이란 진기록을 세웠고, ‘골드머니’는 ‘언어카운티들리’를 꺾으며 2003년 AJC 교류 기념 경주를 차지했다.
비록 경매는 아니었지만 ‘스페셜러’도 미출전 신마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 ‘언어카운티들리’·‘워네이티브’ 개별수입의 결정판은 바로 우리!!
외국산마 개별 수입 이후 최강마로 평가받고 있는 것은 아마도 ‘언어카운티들리’와 ‘워네이티브’가 아닐까.
‘워네이티브’는 아쉽게도 꽃을 피우지 못하고 퇴사했지만 ‘언어카운티들리’는 올해 그랑프리 우승 후보로 유력시 거론되고 있다.
두 마리 모두 블랙타입 출신마인데 블랙타입마들만 열거해 본다면 ‘찰리스카즈’, ‘이터널레인즈’, ‘보카플라이어’, ‘패거스아일랜드’등 총 6두다.(미국산 기준)
지난해 YTN배와 SBS배를 연거푸 차지하며 그랑프리 우승까지 기대됐던 ‘언어카운티들리’, 그러나 아쉽게도 ‘보카플라이어’와 선두 경합을 펼치다가 ‘템피스트웨스트’에게 격침 당했고, 올해 YTN배 우승으로 다시 한번 가능성을 내 비추고 있는 상태에서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 ‘템피스트웨스트’ 또다른 강자 출현
‘템피스트웨스트’는 데뷔 당시 한 경주 한 경주가 모두 신기록 그 자체였다.
데뷔 3전만에 경마대회(JRA 교류 기념 경주)를 차지했고, 데뷔 5전만에 그랑프리를 석권하는 놀라운 모습을 보였다.
그랑프리의 경우 ‘보헤미안버틀러’의 6전이 최소 출전 주기로 평가됐는데 1년 만에 5전으로 단축시킨 것이다.
이후 5승까지는 무난했지만 올해 마주협회장배를 시발점으로 최근 들어 주춤하고 있어 아쉬움을 준다.
어쨌든 개별수입마 역사에 있어 큰 획을 그은 마필이라 할 수 있겠고, 만약 올해 그랑프리를 차지한다면 ‘가속도’에 이어 두 번째로 그랑프리 2연패마가 되는 것이다.

- ‘골든아치’·‘섭서디’·‘치프피트’ 혈통으로 승부한다!!
외국산마 개별 수입은 경주마 수준 향상이란 대의를 이뤘고, 더불어 세계 최정상급 혈통이 우리나라에 도입됐다는 못지 않은 성과도 있다.
명혈통의 원조는 일단 ‘에디터인치프’로 올라간다. 교배로 30만불(2005년 예정가, ‘스톰캣’ 50만불에 이어 랭킹 2위)인 ‘킹맘보’의 자마란 점에서, ‘골든아치’는 세계적으로 촉망받고 있는 ‘아치’의 자마, ‘섭서디’는 ‘미스터프로스펙터’의 직계란 점에서, ‘치프피트’는 세계적 명마 ‘에이피앤디’(‘킹맘보’와 교배 예정가 동일)의 자마로 농후한 잠재 능력을 암시하고 있다.
그 외 ‘록버스터’, ‘라퓨터’등도 우수 혈통으로 분류되고 있는 마필들이다.

- ‘승유신화’·‘터프엔젤’ 개별 수입마의 새로운 장을 열다!!
좀처럼 깨지지 않았던 1000m 1분 벽도 역시 개별수입마들에 의해 격파됐다.
지난 7월18일, 데뷔전을 치렀던 ‘승유신화’는 스타트가 안좋았던 상태에서도 1000m를 59초0에 주파하며 최초의 “59초 대”마필이 됐다.
이후 ‘터프엔젤’도 데뷔전에서 1000m를 59초0에 뛰며 발군의 기량을 과시했는데 두 마리 모두 현지 경주 경험이 없는 순수 신마란 점에서 의미를 더욱 크게 하고 있다.
물론 이들이 내년 그랑프리에서 큰 활약상을 펼칠지는 두고봐야겠지만 앞으로 도입될 신마들의 기준이 바로 이들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개별 수입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