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가까워오면 유독 바쁜 사람들, 바로 KRA 핸디캡 전문위원들이다. 경마계 최대 행사인 그랑프리에 초점이 모아지면서 그 키(key)를 쥐고 있는 핸디캡으로 시선이 모아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마필 관계자들은 “핸디캐퍼들이 우리말을 어떻게 평가할까” 조바심 내며 득실관계를 셈하게 되고, 팬들은 “얼마나 재미있는 경주를 짤까” 궁금해한다. 그러면서 양념처럼 등장하는 메뉴는 “그랑프리를 정량방식으로 하자”는 핸디캡 회의론이다. “1군 경주에서 최고 부담중량마를 사는 것은 바보 짓”이라는 말까지 떠돌고 있는 이 즈음… 핸디캡을 찾았다. 【이희경 기자 eheek@krj.co.kr】 핸디캡이 낮아졌다 올 시즌 핸디캡의 전반적인 기조는 “적정 부담중량 찾기”였다. 몇 해 전만 해도 63kg씩 달고 경주에 뛰어야했던 ‘풀그림’‘대견’같은 말들을 떠올리면 나급에서 60.5kg을 받았던 ‘쾌도난마’가 최고인 최근에는 핸디캡이 전반적으로 내려갔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핸디캡 전문위원들은 “평균 정도의 편성이라면 59kg을 상한선으로 두고 핸디캡을 책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신 능력차에 따른 착차를 줄이기 위해 열세마의 경우 부담중량을 좀 더 빼주는 방식으로 박진감을 재고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올해 핸디캡 경주에선 최고 중량마가 대부분 59kg 안팎에서 정해졌으며 중간급 마필은 55kg 이하로 떨어진 케이스가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산·외산 공히 1·2군 경주로 제한해 시행하고 있는 핸디캡 경주의 경우 가장 큰 부작용은 외산 1군에서 드러났다. 올 6월부터 11월 현재까지 시행된 외산 1군 경주 16개를 조사해 보니 일반 가급 경주에서 최고 중량을 받은 마필의 우승 케이스가 단 한 차례도 없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16개 경주 중 최고 부담중량마의 우승은 총 5회였지만 이중 하나는 YTN배였고(언어카운티들리 58kg 최고중량으로 우승) 나머지 둘은 오픈(언어카운티들리와 토창고 각각 최고중량으로 우승), 둘은 나급(스포런과 토창고 각각 최고중량으로 우승)이었으니 사실상 일반 가급경주에선 최고 핸디캡 마필이 전멸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잘못된 핸디캡 산정에 따른 능력마의 우승 기회 상실이었다면 해당 조교사와 마주 등 관계자들의 불만이 고조될 것이고, 고의적인 승부회피였다면 팬들의 불만이 가중되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연말 그랑프리를 앞두고 핸디캡 이점을 얻고자 고의로 능력은폐를 한 것이라면 그랑프리의 핸디캡 시행 방식 자체가 비판 대상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외산1군 경주 우승마 및 부담중량, 최고중량마〉 -2004년 6월부터 11월 현재까지
한 두 번 ‘안 갔다고’ 핸디캡 내려갈 줄 아니? 하지만 이에 대해 핸디캡 전문위원들은 경주마의 능력평가와 경주력, 핸디캡은 몇 번의 경주와 그 결과만으로 결정되고 바뀌는 게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만일 언어카운티들리가 58kg으로 일반경주에서 우승에 실패했다고 해서 그가 최고가 아닌 건 아니지 않습니까?” 최고의 기수가 최상의 경주력을 펼치고도 연속적으로 패배했다면 능력평가가 달라져 부담중량도 내려갈 수 있겠지만, 실상 대부분의 능력마들은 기수의 레이스 전개 미숙이나 늦발, 진로선택 실패 등에서 결과가 기대에 못 미쳤을 뿐이라는 게 핸디캐퍼들의 분석이고 시각이다. “외산 1군 경주에 대한 의혹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최근 몇 달간의 성적만으로 그랑프리에서 이점을 얻거나 더 불리한 조건을 달아야 하는 마필은 결코 없을 것이란 점입니다” “고려방과 무패강자의 핸디 차는 2kg였다” 14일(일)로 예정된 대통령배가 핸디캡 방식으로 결정되면서 ‘고려방’과 ‘무패강자’간 부담중량 차이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지난 7월 한국마사회장배 전까지만 해도 두 마필 간 핸디캡 차는 2kg으로 고려방이 더 높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 대회에서 무패강자가 예상을 깨고 손쉽게 우승하면서 격차가 1kg으로 좁혀져 이번 대통령배에선 고려방이 58.5kg, 무패강자가 57.5kg을 달고 맞대결하게 된다. “고려방은 능력 절정기에 달한 장년의 마필이기 때문에 최고 중량을 받았습니다. 반면 무패강자는 어린 말이지만 상승세에 있기 때문에 격차를 크게 두지 않았습니다. 다른 마필들의 경우 객관적으론 능력차가 존재하지만 부담중량으로 착차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으므로 단순히 둘 만의 대결이라고 보기엔 어려울 전망이죠” “핸디캡도 기준이 있다” 승군전을 치르는 마필이 최고 부담중량을 받는다든지, 직전경주에서 패배한 마필이 오히려 더 높은 중량을 달고 나오는 경우, ‘핸디캡의 기준이 뭔가’라는 생각을 해본적 있을 것이다. “간단합니다. 1800m를 기준으로 2마신 차는 1kg로 산정한다는 게 기본 원리죠” 간단해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2마신 차’라는 게 의미심장한 기준이기 때문이다. 핸디캡 전문위원이 보기에 최고의 기수가 최선을 다 하고 최상의 경주력을 펼치고도 2마신 차가 났을 때, 이때 비로소 1kg을 감하든, 가하든 판단한다는 것이다. 즉, 박태종 기수가 기승해왔던 A라는 말이 다음경주에서 수습기수로 교체돼 B라는 마필에게 2마신 차 패했다면, 이때는 정상적인 ‘2마신 차’가 아니라는 의미다. 결국 핸디캡에 대한 일부의 논란이나 이의제기는 핸디캡 그 자체라기 보다 지난 경주에 대한 핸디캡의 판단이나 시각에 대한 것인 셈이다. 핸디캡 전문위원들은 정확한 판단을 위해 경주 후 녹화비디오를 돌려보며 모든 마필의 경주전개와 기수들의 승부의지 등을 메모하고 차기 경주에 이 같은 상황을 대입한다. “언어카운티들리 10마리는 있어야…” -김병진 수석 핸디캡 위원 그랑프리의 정량방식 시행에 대한 의견을 내놓자 KRA 김병진 수석 핸디캡 위원(부장. 사진)은 “우리도 그러고 싶다”며 선수를 치고 나왔다. “마필 고유 능력을 살리고 이들 간 공평한 부담중량으로 승자를 가리는 것만큼 좋은 게 있겠는가” 반문하면서…. 다음은 김병진 부장과의 일문일답이다. Q. 핸디캡 경주가 너무 많다는 생각 해본적 없나? A. 호주는 90% 이상이 핸디캡 경주다. 미국만 해도 핸디캡의 비율이 40∼50%에 달하고 영국·홍콩·아일랜드 등은 100%다. 물론 이들 국가는 레이팅 시스템이라고 해서 우리와 형식상으로 약간 다르지만 결국 개념은 비슷하다. 단지 일본은 예외적으로 7%에 그치는데 이것도 다 이유가 있다. 일본의 경주마 생산두수가 7000두인데 JRA에 공급되는 마필은 2000두에 불과하다. 그만큼 마필 자원이 풍부해 경주마 간 능력격차가 미세하다는 걸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생산두수와 공급두수 간 비율이 1.5배에 불과하다. 생산되는 모든 마필이 경마장으로 입사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능력차가 두드러지지 않겠나. 15%의 핸디캡 경주는 결코 많은 게 아니다. Q. 올해 핸디캡과 관련한 최대 화제는 ‘밸류플레이’였다. 고집이 느껴진다. 왜 자꾸 ‘과중량’을 얹는가? A. 승군전에서 59kg을 주었다가 신인 기수가 면허정지 당했던 것을 말하는가, 아니면 그 다음 경주에서 김효섭 기수가 우승했던 것을 말하는가. 우리가 판단하기에 그만큼 능력이 있는 마필이라고 보기 때문에 주는 것이지 특정 조교사나, 마주에게 불이익을 주고자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고집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 말에 대한 능력평가는 핸디캡 전문위원 3명의 의견이 같다. 그는 현재 외산마 랭킹 10위 내에 포함되는 능력마다. 박대흥 조교사와도 얼마전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 이해할 것이다. Q. 국산·외산마 랭킹을 매겨본다면? A. 핸디캡 자료지만 공개하겠다. 먼저 국산마 랭킹은 현재로선 고려방이 1위다. 그 다음이 무패강자, 장축, 비천봉, 쾌도난마 순이고 이들끼리 맞대결할 때 핸디캡 서열 순위로 보면 될 것이다. 외산마 중에서는 언어카운티들리가 가장 앞서 있다고 본다. 이외 템피스트웨스트, 골든아치, 섭서디, 스페셜러, 자비스, 밸류플레이 등이다. Q. 섭서디가 눈에 띈다. 올해 들어온 신마 중 가장 낫다는 평인가? 그리고 마주협회장배 이후 부진한 자비스도 여전히 상위권에 랭크됐는데… A. 내가 보기엔 올해 건진 가장 알찬 수확이 바로 섭서디인 것 같다. 미출주 신마로 제한하면서 올해 도입된 외산마들은 전반적으로 경주력이 떨어졌지만 섭서디만은 예외다. 그리고 자비스는 최근 이렇다할 모습을 보이지 못했지만 능력의 끝은 아니라고 본다. Q. 이제 그만 그랑프리도 별정이나 마령 방식으로 가야할 것 같다. 언제쯤 가능하겠나? A. (웃음)우리도 그러고 싶다. 세 번, 네 번씩 핸디캡 회의하고 결정하는 게 쉬워 보이나? 마령대로 부담중량 주고 그 속에서 우승마가 가려지는 게 가장 좋다는 것, 우리도 알고 있다. 그러나, 같은 군 내에서도 부담중량 차가 10kg 이상씩 드러나는데 어떻게 경주를 편성하고 지켜볼 수 있겠는가. ‘언어카운티들리’아니 ‘골든아치’ 정도 되는 말이 10마리만 돼도 그랑프리는 핸디캡으로 할 필요가 없다. 그 때가 지금은 아니라는 소리다. Q. 이번 그랑프리에서 언어카운티들리에게 가장 높은 중량을 주겠다는 것인가? 아웃라인을 말해달라. A. 회의를 해봐야 하겠지만 최고 중량마는 58∼59kg 정도에서 정해질 것이다. 언어카운티들리가 가장 능력이 낫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고. 전반적으로 부담중량을 내려주면서 최고의 말들이 최상의 기량을 발휘하도록 유도할 것이다. 가급적이면 마필들 간 능력갭이 적기를 바랄 뿐이다. | ||||||||||||||||||||||||||||||||||||||||||||||||||||||||||||||||||||||||||||||||||||||||||||||||||||||||||||||
| 담당기자 : 이희경 [eheek@krj.co.kr] | ||||||||||||||||||||||||||||||||||||||||||||||||||||||||||||||||||||||||||||||||||||||||||||||||||||||||||||||
출 판 일  : 2004-11-13 ⓒ 2004 KRJ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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