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말산업학회 초대 회장 안중호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레이싱 미디어 이용준)

- 출범 2년째 맞은 (사)한국말산업학회 안중호 회장 인터뷰
- 서울대 경영대학원에 최고 경영자(CEO)를 위한 ‘자연 친화 경영 프로그램’ 과정 도입 예정

말산업육성법이 제정·시행된 지 1년째다. 2010년 11월 창립총회를 한 이후 국내 말산업 분야를 위해 통합(integration)적이고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학회가 있다. (사)한국말산업학회 초대 회장인 안중호 교수(61·서울대 경영학과)를 본지가 만나 인터뷰했다.


▶한국말산업학회를 설립하게 된 동기는.
“5년 전, 대학 내 ‘공기업 고급경영자 과정’을 개설, 학생들을 지도하던 중 한국마사회에서 교육 파견을 나온 분에게 논문 지도를 할 기회가 있었다. 그분에게 경마가 아닌 말산업으로 분야를 넓혀서 연구하자고 제안한 일을 계기로 말산업에 관심을 두게 됐다.”

▶한국말산업학회가 설립된 지 만 2년이 됐다.
“한국말산업학회는 학회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말산업을 전문적 차원에서 접근하고자 설립된 학회다. 기존에 말과 관련된 개별 학회는 많았지만, 말산업을 전문적으로 다룬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말산업은 말을 생산하고 육성하고 활용하는 융합·통합적 성격이 강한 복합 산업이다. 국가가 지향하는 녹색 성장 동력으로서 말산업을 이해하고 농가 소득을 우선시하며 유관 기관의 소통 채널 역할을 감당하고자 2010년 11월에 설립하게 됐다. 학술심포지엄 개최 및 정책 담당 공무원들을 위해 연수를 하고 각 지자체 및 말산업 기관, 협회와 협력을 맺고 세미나를 개최해 왔다. 한국말산업학회도 말산업 육성의 중요한 축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활동하고 있다.”

▶말산업육성법이 제정·시행된 지 1년째다. 국내 말산업의 현재를 진단하자면.
“말산업은 물론이고 말에 관련된 모든 부분이 아직도 열악하다. 국내의 경제 규모뿐 아니라 다른 산업에 비해 말산업은 너무 뒤처졌다. 일본과 독일, 아일랜드 등 말산업 선진국과는 규모와 질적 면에서 견주어 볼 수도 없을 만큼 간극이 크다. 미국에서는 Contents Business 수입보다 말산업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이 더 클 정도다. 아일랜드의 종마 회사나 육성 목장, 독일의 농가 등을 방문했을 때 느낀 점은 이들에게 말은 일상생활 그 자체라는 것이다. 말산업의 전반적 규모도 클 뿐 아니라, 시골 조그만 농가에서는 반려동물로서 자연스럽게 말을 키우는 모습이 부러웠다.”

▶국내 말산업의 근본 난점으로 말의 다양한 활용과 연관 산업의 균형적 발전 미흡 및 인프라와 전문 인력, 시설 등의 부족을 지적했다.
“그렇다. 영세한 승마장과 농가에서는 초기 비용 부담이 크다. 말산업 육성법 도입 이후 정부와 한국마사회가 적극 나서고 있지만, 각 지자체는 지역적 특성을 무시하고 말산업 장(場)에 우후죽순으로 달려드는 모습도 염려스럽다. 영천 제4경마공원도 ‘돈 먹는 하마’가 될지 모른다는 우려의 소리가 들린다. 재활치료사나 장제사 등 말산업 관련 전문 인력도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 말산업에 대한 산업화 통계 지표 및 성공 사업 모델에 관한 기본 연구가 전무하기에 이를 연구하고 말산업계와 학계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는 요구가 클 수밖에 없다.”

▶국내 말산업의 발전을 위한 대안은 무엇인가.
“관광 레저 산업과 연계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여러 테마 파크를 호스 파크(Horse park)로 만드는 방안도 있다. 골프장이나 4대강 주변의 수변 코스 등에 마도(馬道)를 만드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폐교를 활용해 승마장을 개설하면 비용 문제도 덜 수 있다. 조랑말을 활용한 승마도 경쟁력이 있다. 각 공원마다 관상용 말을 들이고 경찰 기마대를 활성화해서 유소년과 일반인이 말과 친숙하게 할 기회도 제공해야 한다. 말고기를 대중화하는 방안도 연구해야 하고 전문 도축장을 만드는 일도 시급하다. 정부 부처도 말산업을 통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학회나 유관 단체에서는 대중들이 동참하도록 불쏘시개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아직 초기 단계라 말산업의 장(場)이 안 선 상황이지만, 말산업육성법에 따라 말이 10만 마리가 되면 말산업의 장이 설 것이라고 본다. 국내 말산업을 고속 압축 성장식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제2회 2012 말산업 박람회가 개최됐다
“일반 대중에게 홍보가 미흡한 것 같아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기대가 크다. 말산업 전담 기관인 한국마사회가 사회 공헌 사업을 하는 등 수익을 나누면서 말산업 관련 단체 및 활동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승마힐링센터 개장이나 전 국민 말타기 운동을 하면서 일반인이 말에 관심을 갖게 하는 점도 긍정적이다. 경마는 경마대로 선진화되도록 연구하고 노력하면서 승마 및 말산업 분야도 동반 성장해야 한다. 국내 말산업 발전을 위해 정부와 마사회, 학회가 범국가적으로 노력할 때다.”


안중호 교수는 인터뷰 말미에 직접 겪었던 일화를 소개했다. 일본에서 연수 중일 때 뜨거운 물에 손을 데었는데, 현지인이 말 오일을 직접 발라 주었고 상처 없이 잘 아물었다고 했다. 이후 안중호 교수는 말 로션과 비누를 쓰고 있다고 했다. 한국말산업학회를 이끌어가는 학자일 뿐 아니라 현장가로서의 진면목을 보는 듯했다.

한편, 서울대 경영대학원에서는 이르면 11월 초 최고 경영자(CEO)를 위한 ‘자연 친화 경영 프로그램’ 과정을 도입할 예정이다. 말산업을 경영의 새로운 트렌드로 규정하면서 그 이론적 근거와 인문학적 배경, 말산업의 내용을 근간으로 한 6개월 과정이다. 이론 수업뿐 아니라 체험 승마, 한국마사회 경영 시찰 및 국외 말산업 연수 등 현장 학습 과정도 함께 진행한다.

이용준 기자 cromlee21@krj.co.kr